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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대중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국내 가요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가사가 마음에 와 닿고,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가 인기를 끕니다. 그런데, 대중심리가 반대로 작용하는 분야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채권형펀드입니다. 채권형펀드 이야기는 결코 식사를 하면서 할 수 있는 가벼운 주제가 아닙니다. 주식형 펀드의 PER나 시가총액에 대한 이야기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그러나, 채권형펀드의 듀레이션이나 신용도 등에 대해 말한다면 대부분 지루해하실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주식형펀드 보다는 채권형펀드의 규모가 더 크고, 사실상 채권형펀드 하나씩은 거의 가입하고 계십니다. 그럼, 처음으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채권이란

채권형펀드를 고르기 위해서는 우선 채권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주식과의 차이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주식을 사는 것은 바로 그 기업의 주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채권을 사는 것은 기업에, 혹은 정부에 돈을 빌려주어 채권자가 되는 것입니다. 채권의 만기까지 일정 기간 돈을 빌려주고, 매달 그 원금에 대한 이자로 일정액을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채권투자에 있어 중요한 것은 채권의 만기(이자율 위험)와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정부의 상환가능성(신용도) 입니다.


금리 위험이란

채권과 채권형펀드의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금리 민감도(듀레이션)와 신용도입니다. 먼저 듀레이션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채권의 가격은 이자율과 반대로 움직입니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집니다. 펀드의 기준가격 등락이 얼마나 클지 알아 보려면 듀레이션을 보면 됩니다.

듀레이션은 채권의 세가지 위험 요소인 만기, 원금과 이자로부터의 현금흐름, 현재 이자율로 요약됩니다. 채권을 프로야구선수의 계약으로 생각해 봅시다. 첫번째 계약을 협상할 때 1위 선수는 프로야구선수 전체를 통틀어 가장 좋은 조건을 원할 것입니다. 여러 제안을 보면서 그가 고려할 것은 계약 기간(만기), 연봉(현금흐름), 리그의 연봉수준(현재 금리)입니다.

이 선수가 매년 1억원씩 5년간의 계약을 제안 받았다고 합시다. 연봉 수준엔 만족하지만 장기계약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5년 계약조건을 받아들인 후, 프로야구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상승하면 이 선수의 연봉은 평균보다 낮아질 것입니다. 듀레이션은 투자자들이 비교할 수 있는 위험 측정 수단을 구하기 위해 이러한 상충관계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듀레이션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만기처럼 몇 년으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듀레이션이 만기처럼 확고한 개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기가 11년이고 듀레이션이 8.5년인 채권을 생각해 보면, 11년 후에는 채권이 상환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8.5년 후에는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듀레이션은 유용한 수단입니다. 채권의 듀레이션이 길수록 이자율의 변동에 민감합니다. 채권형펀드의 듀레이션이 5년이라면 금리가 1% 상승(하락)함에 따라 수익률은 5% 하락(상승)합니다. 따라서 듀레이션이 4년인 펀드는 2년인 펀드에 비해 변동성이 두 배입니다.

모닝스타에서는 듀레이션이 3~5년 사이의 단기, 중기 펀드를 선호합니다. 이 펀드들은 듀레이션이 긴 펀드에 비해 변동성은 작지만 그만큼의 수익률을 냅니다. 투자연구회사인 Ibbotson Associates에 따르면 미국에서 1925년에서 1995년 사이에 중기 국채는 장기 국채에 비해 변동성은 작으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매우 훌륭한 조합인 것입니다.


신용 위험이란

금리위험은 채권형펀드의 한 가지 위험에 지나지 않습니다. 신용위험은 펀드의 신용도를 의미합니다. 즉, 채권 발행자의 상환능력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내 돈을 뜯길 가능성이 있는 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봅시다. 6년 동안이나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친척이 10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드십니까? 이 돈을 다시는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할 것이므로 차라리 그냥 줬으면 줬지, 빌려주기는 꺼릴 것입니다. 반면, 매우 성실한 친척이 급한 일로 돈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빌려줄 것입니다. 기업과 투자자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자들은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 만한 좋은 기업에는 기꺼이 빌려주려고 하지만 과거의 기록 등이 없으면 이를 거듭 고려해 볼 것입니다.

기업의 부채 상환에 대한 평가는 신용등급으로 요약됩니다. 미국의 무디스(Moody’s) 나 스탠다드 앤 푸어스(Standard & Poors’s) 같은 신용평가 회사는 기업의 상환 능력을 알기 위해 재무제표를 면밀히 조사하여 채권의 등급을 매깁니다. AAA는 가장 좋은 신용등급이고, D는 가장 낮은 등급입니다.

따라서 AAA 등급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AAA, AA, A, BBB 등급인 채권은 투자적격등급으로 판단되며 발행 기업이 부채를 상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말합니다. BB, B, CCC, C 등급인 채권은 투자부적격등급, 또는 하이일드 채권으로 부채 상환을 못하거나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가장 낮은 등급인 D는 이미 부도가 난 것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어느 누구도 원금과 이자를 받지 못할 채권을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채권 보유의 목적은 결국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채권을 고를 때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을 일부러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선택합니다 해도 대가가 있어야 하며 이 대가는 높은 수익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는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수익은 높습니다. 수익률이 9% 이상인 하이일드 채권형펀드를 찾는 것은 쉽지만 대부분의 투자등급 펀드의 수익률이 5% 정도인 것은 이 때문입니다. 투자적격등급의 채권은 계약을 이행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투자자들은 수익에 대해 확실성을 가지고 투자하게 됩니다.

신용도는 채권의 수익뿐만 아니라 성과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은 경제가 불황이거나 투자자들이 불황에 들어설 것이라고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성과가 좋지 않습니다. 불황에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수익이 저조하므로 채권자가 갚을 여력이 없게 마련입니다. 만약 발행기업의 상환능력이 호황기에도 의심스럽다면 불황기에는 더욱 심할 것입니다. 하이일드 채권형펀드는 투자자들이 경제에 대해 비관적일 때 대개 성공을 하곤 합니다.